기업에 관대한 이유가 뭘까나?

편견과 단견 2007/08/11 13:01 | 글쓴이: 너바나나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돈 많은 사장님의 얘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저녁마다 룸살롱에서 대접하느라고 잠을 지대로 못 자서 힘들지도 모르겠다만 내가 보기엔 이렇게 기업하기 좋은 곳도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이 행여나 기업이 어찌 될까 먼저 걱정해주고 옹호해주며 이해해주고 있질 않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대의 광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종교는 기독교도 불교도 아닌 돈이다. 오로지 모든 가치판단은 이 훌륭한 돈에 의해 결정된다. 돈은 궁극적으로 도달 해야 할 최고의 선이다.
이 궁극의 선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구루는(아홉그루 아님)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그러니 그 어떤 뻘짓을 하더라고 행여나 잘못 돼서 돈이란 궁극의 경지를 못 보게 될까 모두 노심초사이다.

이런 기업에 대한 재밌는 시선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흔히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요? 공짜는 없습니다. 이 회사는 땅 파서 장사하나요?"
참으로 고맙고 눈물겹다. 회사의 수익까지 걱정해주며 망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질 않나. 돈만 있으면 당장 회사 하나 차리고 싶다. 뭐, 이 정도야 서비스에 애정을 갖고 있었어 그런 거라 치자. 근디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상당히 잼나진다. "무료로 쓰는디 고마워해야죠"

절대적이자 궁극적인 선을 제공해주고 있는 회사엔 항시 고마워하는 맘으로 찍소리 말고 조금 불편해도 감수해야 한다. 근디 우습지 않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서비스 제공자는 자선단체인가? 아낌없이 주는 아홉그루 나무인가? 그리고 우리는 흙 파서 그 회사 서비스 이용해주고 있는 건지? 이런 모순적인 얘기야말로 전형적으로 기업에 관대한 모습이 아닐는지?
행여나 이 서비스가 망해서 나에게 오던 이득이 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다 보니 기업을 감싸고 돌아야 할 수밖에는! 다른 사람들이 부당함을 당하건 불편하건 어쩌건 그런 건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일단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사라질 것이 두려울 따름이지.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살벌한 시스템에서 살다 보니 조그마한 이득이라도 챙겨야 한다. 조그마한 손해도 보면 안 된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또한 뒤처지는 것인디 손해란 있을 수 없다.
파업을 해서 내가 버스나 지하철 타는데 불편하면 파업한 놈들은 시민을 볼모로 한 천하의 나쁜 놈이 되는 것이고, 파업을 하여 수출에 지장이 생겼다는 한 마디면 그놈들은 나라 경제의 먹구름을 드리우는 암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근디 분해하지 말자. 우리 또한 그들의 이해득실은 관심 없고 오로지 우리만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듯 그들 또한 그들만의 이득만 챙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서로 셈셈아닌가?

실체도 없는 반기업정서라는 헛소리는 이제 집어치우고 친기업정서라는 합당한 말을 쓰자. 도대체 모르겠다. 기업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이 뭐가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 실체가 불분명한 경제적 이득이 우리에게 온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기업은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에 대한 댓가를 지급하는 계약관계면 족하지 않나? 그 이상의 그 무엇이 끼어들 이유가 당최 뭔지 모르겠다.

국익이나 국가경제라고 떠드는 실체가 모호란 말에 더는 현혹되지 말자. 이런 거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니 제발 환상에서 깨자. 대체 뭘 얻었냔 말이다? 고작 해야 비정규직 밖에는 더 얻었느냔 말이다. 근디 이거이 남의 일이 아닌디! 나의 일이고 내 가족의 일이 아니냔 말이다. 나라가 부자이고 기업이 부자이면 뭐하느냐고 나는 길바닥으로 쫓겨나게 생겼는데..

기업은 막강한 돈의 권력으로 자신들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으니 굳이 우리까지 나서서 변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먼저 챙기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그때 가서 챙겨줘도 충분할 것이다. 그거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이득이 가는 행동이 아닐는지? 짝사랑은 그만하자.

2007/08/11 13:01 2007/08/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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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업을 위한 나라
      몽상연구소™으로부터 엮인글 2008/11/19 19:56 삭제

      1. 언제인지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동그란 파이 하나와 열 사람이 있었답니다. 사람들은 똑같이 파이를 나눠 먹기로 하고 파이를 열 조각으로 잘랐어요. 모두가 파이를 하나씩 나눠 먹으려는 찰

    트랙백 1, 댓글 8 안 늦였심다 한마디 하세유~ (지나가다님 환영! 악플 반사!!)
    1. 아홉그루 2007/08/12 07:19 댓글 수정/삭제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만큼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없을 겁니다.
      규제란 규제는 다 풀렸고 기업을 위해서라면 어떤 부정한 행위도 용납이 되고
      조장까지도 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구호가 기업을 위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다 도지사다 시군구청장이다 이런 사람들이 첫째로 하는 말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 하기 좋은 도시, 후보 시절부터 하는 말이고
      국민들 생각도 여기에 일정부분 반대 없이 각인 돼 있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노조가 데모를 하거나 비정규직이 시위를 해도 원인을 따져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 전에
      일단 기업을 두둔하고 시위를 하는 쪽을 일방적으로 눈 흘리기 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기업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게 엄살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수출은 사상 최고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소득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수 사람들은 어렵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경제 지표가 있는데도.....
      수출로 번 돈이 한 곳에 몰린다는 이야기겠지요.
      기업가만 배가 부르고 그 외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걸로...... 그렇지만 기업은 괴물입니다.
      기업을 위해 최상 조건을 맞추어 주는 노무현 정부조차도 좌파로 모는 걸 보면
      더 어떻게 하자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기업만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 결과 우리나라도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기업 하는 가진 자들은 배가 계속 불러오겠지만 반대로 빈곤층은 더 헤어날 수 없는 상태로 가겠지요.
      정부도 기업 앵무새가 되어 분배 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고 조중동도 여기에 빌붙어 일조를 하고......

      예전엔 권력이 기업을 좌지우지 했겠지만 이젠 기업이 권력을 좌지우지 하고 있습니다.
      이미 권력은 기업한테 넘어 간 게 정확할 겁니다.
      기업이 권력을 창출하는 시대 기업인이 아니면 다 피곤한 사회가 됐다는 이야기겠지요.

        너바나나 2007/08/12 22:16 수정/삭제

        쪼매 글을 길게 썼으면 아홉그루의 댓글을 그대로 썼을 듯싶구만요. 지 생각과 100%일치!! 일심동체?

    2. 민노씨 2007/08/13 08:12 댓글 수정/삭제

      오랜만에 컴백하셨네요. : )
      반갑습니다.

      "우리는 흙 파서 그 회사 서비스 이용해주고 있는 건지?" ㅎㅎ
      티스토리 이야기인가요?

      티스토리와 관련해서는
      http://blog.koreanjurist.com/29
      이 글 추천합니다.

      혹여 아직 접하지 못하셨다면.. 일독 권합니다. ^ ^;

        너바나나 2007/08/13 14:40 수정/삭제

        티스토리뿐 아니라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서 저딴 소리가 나와서요.

        추신수: 별 글도 아닌디 석달만에 쓴 글이구만요. 석달전에는 한달만에 썼고..넉달동안에 3개 썼구만요. 흐흐

    3. 히치하이커 2007/08/13 11:13 댓글 수정/삭제

      '돈은 궁극적으로 도달 해야 할 최고의 선'이다. 암요, 맞는 말입니다. 퉤이~
      모처럼 잘 읽고 갑니다. (웃음)

    4. 추천드립니다. 2007/08/13 11:50 댓글 수정/삭제

      음...

      이글을 보니
      제가 조금 나태해져만가고 있는거 같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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