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 따위는 없고, 이것은 내 부모의 계획적인 산물 또는 우발적인 사건의 산물이야라며 천국에 가고자, 영혼의 진화를 위해, 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해 지금을 힘쓰는 사람들을 비웃는 태도를 흔히 본다. 과학이 거의 모든 것을 밝힌 듯이 보이니 이른바 과학적인 증명을 믿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 어쩜 다른 것에 비해 유독 죽음의 문제는 과학의 진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보는 거이 타당할 것이여. 거의 모든 것은 뇌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생물학적 죽음을 맞게 되면 우린 그냥 하나의 시체가 되어 흙으로 화한다는 명쾌한 답변은 너무 명쾌해서리 믿고 싶지 않을 것일 테다.
이런 한 번뿐이 없는 인생이니 지금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한다. 어차피 이걸로 끝이니 내 쏠린대로 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런 말이 많이 인용되는 듯싶다. 한 번뿐이니 오히려 이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매 순간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뭐 그런 교훈적인 얘기다.
근디 지금의 이 삶을 감사하며 열심히 산다는 거이 뭘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존내게 열심히 해서 훗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쌔빠지게 일을 하고 한 푼 두 푼 저축을 하는 것일까나? 내가 진짜 공부를 좋아하여 공부하는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돈 모으는 것을 좋아는 거이 아니라면 이거야말로 뻘 짓 같은디 말여. 이것 또한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후세계와 다음 생을 위해서 종교건 무속이건 어디건 간에 의지해서 착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나 1년, 10년 뒤를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며 사는 것이나 뭐가 다른가 말이다. 있지도 않은 다음을 위해 그것을 믿고 사는 것이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내일을 위해 힘쓰는 것이나 어짜피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힘쓰는 건 마찬가지 같은데 말여.
전자는 과학적으로 100% 없고, 후자는 매우 희박한 확률이니 전혀 다른 문제를 내가 어거지 부리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믿는다는 기저에 깔린 생각은 비슷하다고 보여서 말이지. 1년은 고사하고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디 그럴 일은 없다고 믿으며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는 그 신앙 자체는 별반 다르게 안 보인다. 앞으로도 내가 건강하고 사고 없이 잘살 거란 그 믿음 하나로 내일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투자를 하며 그리 사는 것 아니겠는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런 횡설수설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은, 살아가면서 과학적인, 역사적인 이른바 진실만 알고 믿고 살 순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후세계를 믿고, 외계인을 믿고, 혈액형 종교를(한 때는 나도 혈액형 얘기가 나오면 핏대 세우며 짜증 냈던 때가 있었는디 뭘 그렇게까지 했을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 믿건 뭘 믿건 간에 그 믿음을 강요하지 않고 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런 것을 믿는다고 굳이 조롱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맘껏 하다가 가는 거이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걍 사후세계를 믿고 살련다. 만약 없다고 해도 죽고 난 뒤에 "아~ 속았다!"라고 분통해할 나도 없을 것이니 별 손해는 없을 듯싶다.














저는 사후세계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는 아니고, 과연 뭘까? 라는 쪽입니다.
그저 단순히 호기심이 생긴달까... 고등학교 때는 이 호기심이 굉장히 컸었는데...
지금도 어느정도는 그렇지만, 죽으면 죽는거지, 뭐... 이런 여유(이걸 여유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유와는 상관없는 것 같네요, 쓰고 보니)랄까요?
그런게 있었죠.
암튼 간만에 글을 써주셨네요. : )
"혈액형 종교를(한 때는 나도 혈액형 얘기가 나오면 핏대 세우며 짜증 냈던 때가 있었는디 뭘 그렇게까지 했을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 ㅎㅎ
저는 핏대까지는 아니지만, "왜 저러나..." 이런 마음을 갖게 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저것도 '놀이의 일종'이구나.. 싶어서 그려려니 하는 편입니다.
이른바 신비주의라고 불리는 것들을 거의 다 믿었는디 과학적 회의주의 글들을 접하다보니 갈수록 이 믿음!들이 깨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어디엔가 멀더가 말한 것들이 하나정도는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쪼매 남아있구만요!
혈앨형 가지고 요런 뻘짓만 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냥 놀이구나라고 생각하려고 하구만요.
바로 님의 생각과 같은 것이 팡세를 쓴 파스칼의 생각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오호, 파스칼이 저런 생각을 했나요! 저도 파스칼과 동급....
팡세도 안 읽어봤고 파스칼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는디 덕분에 궁금증이 확 일어나구만요.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__)
너바나나님의 포스트와는 살짝 어울리진 않지만, 갑자기 내 이름은 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보았던 '사람은 죽을것을 알면서도 살아간다'라는 대사가 생각나네요.^^
'사람은 죽을것을 알면서도 살아간다' 아주 잘 어울리구만요.
거참 명작 드라마근영!
동물의 왕국으로 유명한 MBC PD 수첩의 만민교회 사태 때 제가 폈던 주장인데요. 자신이 믿고 평화를 찾는다는데 한기총의 윤 PD 당신이 뭐길래 다른 이의 믿음까지를 판단정죄하려 드느냐 뭐 그런 얘기였지요. 아~ 그렇다고 제가 만민교회 쪽 주장을 흔쾌해 하는 건 아니구요. MBC 그때 좀 심했거든요. 고발프로가 갖는 못된 버릇은 다 드러내보여준 '작품'이었거든요. 뭐나 되는 듯이 고압적으로 윽박지르기, 인터뷰 편집으로 정반대의 논리 만들기.. 너버나나님 글을 읽다보니 문득 저때까 생각나서요. 암튼, 그때 MBC에 댓거리하다가 참 엄청 뚜드러맞았더라는.. ^^
만민교회니 뭐니 전혀 관심이 없어서리 그런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구만요. 근디 뜬금없이 예전에 딴지에서 올라왔던 대순진리회 글이 생각나구만요. 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도를 아냐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름 변론해주던 모습이 인상 깊었구만요.
헐~
저쪽 카툰 글에 댓글을 막아두었길래 가즈랑님 글에다 댓글을 엮었는데 그마저도 안 걸리고 날아가버리네요. 혹시 휴지통에 들어가 있거든 목원해주세요. 댓글 막는 사람들 싫더라.. -_ ;;
나름 사정이 있어서리 저 글은 좀 막았구만요. 막아도 별 피해보는 분들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디 아니였구만요. 그러니까 휴지통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흐흐
풀었으니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써주세요! 또 한 번에 명댓글이 아닐까라는 기대가 들구만요~
죽고 난 뒤에 “아~~속았다”라고 분통해할 나도 없을 것이니 별 손해는 없을 듯싶다. 아마도 이 말이 너바님이 하고 싶은 핵심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크게 보자면 세상은 어떻게 살든 한 세상을 산 것이 될 겁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측 가능한 일과 뜬구름을 잡는 일은 확연히 다를 겁니다. 과학적이냐 아니면 비과학적이냐를 두고 비과학이든 뭐든 간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사후세계를 믿든 안 믿든 그거야 본인 마음일 겁니다. 그러나 경제에서 이야기 하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하기 때문에 저것을 하지 못한 비용이라고 하는 이야기지요. 없는 것을 있다고 믿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게 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크고 더 잘사는 일인지 알 수는 없겠습니다. 역으로 이야기 하자면 진실만 알고 살기에도 세상은 벅찬데 진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포용하려는 그 마음은 보통인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오오~ 우째 지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알고 콕 잘 찝어주셨구만요. 다른 저의 충심도 그리 잘 알아주시면 좋으련만!
뜬구름 잡는 일, 기회비용 얘기도 나오고 그래서리 이거 긴장하고 읽었구만요! 딱 저에게 충고하는 듯싶어서요. 그러니까 허송세월은 분명 아니라는 것이죠. 뜬구름을 잡건 뭉게구름을 흩어버리건 뭐하건 간에 하고 싶은대로 열심히 했으면 족하지만요. 암튼 마지막 문장에서 크게 한 방 묵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