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

글쓴이: 아홉그루   
글쓴곳: 달 팽 이 | 2009/02/23 16:21

"이 전화는 국정원에 의해 도청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나에게 전화를 걸면 이런 말이 나온다. 컬러링이라고 하는 건데 컬러링이란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얼마 전에 정부 여당이 언론법을 만들어 난리를 칠 때 이에 반대하기 위해 이런 말을 넣었다. 이 말 때문에 몇 가지 일이 일어났다.

한 번은 택배기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작업실에 가보니 문이 잠겨있어 배달을 못 하게 됐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내가 옆 사무실에 맡겨 놓으면 된다고 했더니 그 기사가 하는 말 지금 작업실하고 계신 곳하고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 거리라고 하니 그 기사 하는 말 어느 동네 배달하고 나면 그 정도 시간이 되는데 그때 물건을 건네줄 수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러실 필요는 없고 옆 사무실에 맡겨 놓으시면 내가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하니 자꾸 직접 만나서 주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미적거린다.  물건도 우리 팀 막내가 주문한 운동화이기 때문에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해서 맡기시면 된다고 누차 말씀드렸다. 그러니까 기사 분이 체념한 듯 날 만나길 포기하면서 하나 물어보겠단다. 제가 전화를 거니 국정원에서 도청이 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이고 얼마나 중요한 분인지 묻는다. 으흐흐 그랬구나. 예, 저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고 힘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리고 또 한 번은 수원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분에게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이분이 전화를 안 받는다. 대부분 전화를 못 받으면 전화가 온다. 그런데 이분한테서 전화가 오는 게 아니고 문자가 왔다. 전화를 거니 도청이 된다고 하니 무서워 전화를 못 걸겠다. 대신 문자는 안전하겠지 하면서......,

이런 문제로 인해 내가 못 받은 전화가 좀 있으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이 말을 지우지는  못하겠다.

단순히 생각하면 사람들은 큰 건수에는 무관심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작은 일에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나 보다. 우리 살아가는 문제도 대부분 이러하리라.

참고로 이 말을 듣고 싶으면 010 xxxx xxxx 로 전화를 거시면 됩니다.

2009/02/23 16:21 2009/02/23 16:21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