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라는 영화를 보았다. 인기가 있다고 말은 들어왔지만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편이라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나이 80이 된 농부가 40살이 된 소를 끌고 다니면서 죽도록 일을 하고 시키는 모습을 찍은 영화다. 초점은 소주인인 늙은 농부와 그 아내 그리고 40이 된 소다. 소가 평균 15살을 산다고 하는데 이 소가 40년을 살았으니 보통 소 두 배반은 산 늙은이인 셈이다. 농부인 할아버지는 소가 죽을까봐 논에 약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소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농부다. 그에 비해 할머니는 소 때문에 내가 더 많은 일을 한다고 늘상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농약도 치고 꼴 베기 어려우니 사료를 사다 먹이자고 한다. 소나 나나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고 영화 대사 두 마디 중 한 마디는 이런 불평이다.
소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마음은 알겠는데 그 영화를 다 보고나니 별로 마음이 안 좋다. 내가 보기에는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고 독한지 끝을 본 느낌이다. 할아버지는 발가락이 부러져도 일을 하고 머리가 죽을 만큼 아파도 일을 한다. 의사가 이대로 일을 계속하면 중풍이 올 수도 있고 심장마비도 올 수 있다고 경고를 했지만 다 죽어가는 그래서 잘 걷지도 못하는 소에 멍에를 걸쳐 일을 시킨다. 농약을 안 친 것도 소를 사랑하서가 아니라 죽을까봐 농약을 안 친 것이다. 그리고 기계로 벼 타작을 안 하는 것도 이 기계가 사람 보다 이삭이 많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료를 안 먹이는 것도 소가 살이 찌면 새끼를 안 배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돈으로 연결이 될 것이다. 할머니 불평불만에 아예 두 귀를 닫은 것도 알고 보면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에게까지 사기를 치거나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못된 인간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반이지만 말이다.
수십 년은 사용했을 라디오가 안 나올 때 할머니 말이 라디오도 고물 영감도 고물......, 그리고 소도 고물이다. 고물은 사용은 하지만 제 기능이 버거운 물건을 이를 때 쓰는 단어가 아닌가. 딱 들어맞는 적절한 표현이다. 겨우 제 몸 하나 지탱하기 어려운 두 고물이 일을 한다고 엉금엉금 기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는 관객 마음은 영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 겨울 소가 영원히 편안한 잠을 청할 때 오히려 내 마음이 홀가분하게 된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다. 한 시간 넘게 영화를 보는 동안 내 마음은 영 편치 못했고 한동안은 이 때문에 영화를 보지 못할 것 같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억척스러움도 생의 낙중 하나로 생각할수도 있겠죠
할머니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이 양반이 젊었을 때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는데 그게 습관이 돼서 일을 하게 된다는......, 할아버지는 일에 중독된 사람으로 보입디다. 그게 낙이면 낙일 수도 있고 취미면 취미일 수도 있는 일이 일상이 된 그런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생각을 하니 막 혼란이 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보는 관점도 여럿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볼 때는 마냥 .. 노스텔지어 같은 것을 느끼며
시골 냄새 조오타~~ 하고 보았는데
김규항의 리뷰 이후, 아홉그루님도 같은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신 것 같습니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나온 혁명적인 개념이었지만
곧..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마취시키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어떤 의미에서 고물 덩어리 소의 권리와 노후보장, 사업장보험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퇴직금도 없이 죽을 때까지 일 시킨 소 이야기는.. 분명 좀 무서운 이야기이긴 합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서울에서 제 몸뚱아리 하나 굴리는 것이 어째 할아버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것 같아.. 늙어가는 내 몸이 불쌍하다는..
김규항이란 사람이 뭔 말을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확실히 불편하게 보았습니다. 그걸 보고는 노동이 신성하다는 말 저는 더더욱 안 믿게 됐습니다. 말씀대로 사탕발림이라 생각합니다. 김훈이 이야기한 밥벌이가 고달프고 인간을 피폐하게 한다는 말에 동의를 합니다. 죽도록 일하는 게 무섭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고......,
자본주의가 노예제 보다 좋은 점은 감독에 있어 비용이 적게 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