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은 즐겁지 않구만요.
차가 밀려서 가기가 어렵다, 일이 있다. 등으로 명절에 시골 큰집과 집에 안 간지가 어언 몇 년이 됐구만요. 항시 명절이 끝나고 담 주나 그 담 주에 집이나 겨우 가는 형편입니다요. 해마다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사실 이유는 한 가지입죠. 눼, 가기 싫어서.......
어릴 적부터 멀리 가는 시골을 즐거워하지 않았습죠. 더구나 비슷한 또래가 없어서 가면 거의 멀뚱멀뚱 있고 할 거이 없어서 무쟈게 심심하게 보내고 오곤 해서 좋아하지 않았구만요. 그래서 첨에 시골을 안 가기 시작할 때엔 조용히 혼자서 나름 시간을 보내니 딱히 나쁘지 않더만요. 근디 해가 지나갈수록 혼자 보내는 명절이란 놈이 싫어지더만요. (이번 명절은 그나마 짧아서 다행인디.. 돌 날아 올라!)
다른 이유보다는 내 자격지심 때문에, 그러니까 변변치 못하게 사는 내 꼴을 보이기 싫어서 안 가는 거이 크다 보니 이거이 무척 한심하더만요. 더구나 한두 해로 끝날 줄 알았는디 벌써 몇 년씩이나 같은 이유로 못 가고 있다 보니요. 차라리 나는 잘났는디 싸가지가 없어서 안 가는 것이면 아무 생각 없을 건디 말입죠. 요즘은 뭐하고 사느냔 소리도 싫고, 뭐 하나 들고 가지도 못하는 거이 싫고, 이 나이 묵어서도 조카들 용돈 한 번 지대로 못 주는 것도 싫고..기타 등등등등등등
흔히 그러더만요. 어른들이 그런 걸 바라는 거이 아니다. 그냥 와서 건강하게 있는지 얼굴만 보여줘도 좋아하신다고 말이죠. 근데 그건 어른들 생각이고 지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 생각은 그거이 아니니요. 서로 보고 즐거워야지 우울하니 있는 건 그다지..
이거이거 주절주절 신세 한탄 비스무리하게 해서리 낯 뜨겁고 찌질해 보이구만요. 아무튼, 이번 추석에도 큰집과 집에 안 갔구만요. 아홉그루도 처음엔 명절에 안 가느냐고 가라고 채근하고 했는디 내가 자세히 말은 안 해도 내 마음을 아는지 이젠 크게 채근하지 않고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하더만요. 근디 그러구 말면 되는디 부모님 드릴 선물을 사주더라구요. 가져 가라고...
그럴 때 "저는 너도 돈 없다면서 사긴 뭘 사. 이건 비싸니 안돼 사지 마"라고 싫은 척 말을 하는디 사실 고맙죠. 더구나 이어지는 콤보필사기 답변으로 "명절인데 뭐라도 들고 가게 하려고 그런다."라는 대답을 들으면 아찔해지더만요.(이 얘긴 낯 뜨겁더나 찌질해 보이지 않구만요.....)
나는 한 번도 못 챙겨줬는디.. 아니 챙기긴 커녕 명절에 부모님과 어땠느냔 말도 요즘은 지대로 묻지도 않았는디... 울컥하는 거이 '아, 얘를 내가 데리고 살아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서부턴 아홉그루에게 하는 얘긴디, 아홉그루양! 단 하나에 요구조건을 수용할 테니 나한테 시집와라. 따땃한 온수가 나오는 욕조 있는 화장실 딸린 방을 구한다는 얘기구만! 그러니 구하는 즉시, 바로, 언능, 후딱 와부러라.(전세니 월세니 내 집이니 등은 여기서 따지지 않습니다) 비록 아직은 내가 빚덩어리지만, 언능 마저 다 갚고 돈 모아서 구할 테니 쪼매만 기둘리고 그동안 올 준비나 하고 있길!!
혼자 또 청승맞게 자괴감에 빠져서 보내는 명절이 아닌,
아홉그루와 가족이 함께 보내는 따땃한 명절이 될 수 있도록 전력투구할테니 그때까지 이삐게 잘 자라다오.
뭐, 전력투구해도 1이닝 6실점하고 강판 당하는 베어스에 김모 투수 등도 있긴 하지만 말여. 그리 처참하게 난타당해도 강판만 시키지 말고, 투수교체하지 않으면서 인내심 있게 기둘려주면 반드시 9이닝을 마칠 테니 말여. 그러면 투구수 200개 넘게 던져서 혹사로 망가질지도 모르지만.. 뭐 책임지겠죠?








맨날 들볶기만 하더니......,







바보........,
여보야, 사랑해........,
아홉그루는 평생 서방님꺼! 아자아자!
그러게 맨날 아홉그루한테 들볶기만 하면서도 데리고 산다고 하는 내가 바보지!!
하지만 어쩌누 자기가 좋아 죽겠는디~~
내꺼야, 사랑해~~
평생 서방님한테 매미해야해!!
맴맴!
앗 뒤늦게 봤어요!
너바나나님의 '온라인 프로포즈'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댓글로 아홉그루님이 '예스!'를 외치신 거고요?
(맞다면) 추카추카추카 드려요!
(혹시 제가 혼자 오버한 거면;; 그냥 버로우하겠습니다;;)
그냥 둘 다 예행연습하는 거라 보면 되겠심다. 저런 걸로 택도 없다고 하시네요........
예행연습 끝나셨으니 이제 쯤이면 실전에 들어가셨으려나요? : )
이런 연습을 한 100번은 해야할 겁니다요. 그래도 받아주시려나~